[AI]칼럼]“전문가는 많은데 국정은 왜 서툰가” ─ 공공 영역에서 경험이 연결되지 않는 이유

전문성의 과잉, 연결의 빈곤

제도는 왜 학습하지 못하는가

연결을 설계하지 못한 국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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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이력서의 역설, 왜 국정은 늘 아쉬운가

 

“역대급 전문가 내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수식어다. 장관 후보자의 이력에는 교수, 연구기관장, 글로벌 기업 임원, 국제기구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이 빼곡하다. 정책 발표 자료에는 ‘데이터 기반’, ‘전문가 자문’, ‘과학적 의사결정’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 다른 문장이 등장한다. “부처 간 엇박자”, “현장과 괴리”, “정책 혼선”.

전문가는 분명 많다. 그런데 왜 국정은 자주 서툴다는 평가를 받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특정 정부나 특정 인물의 역량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공공 시스템의 구조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개인의 전문성을 축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전문성을 서로 연결해 집단 지성으로 전환하는 데는 실패한 것은 아닐까. 국정의 문제는 ‘전문가의 부족’이 아니라 ‘경험의 단절’에 있다는 점에서 이 역설은 더욱 뼈아프다.

 

 

압축 성장의 유산과 분절된 행정 구조

 

대한민국의 공공 행정은 압축 성장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다. 산업화 시기에는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이 경쟁력이었다. 명확한 목표와 중앙집권적 실행 구조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정이 마주한 과제는 과거와 다르다. 기후 위기, 저출생, 고령화, 지역 소멸, 디지털 전환은 단일 해답이 없는 복합 문제다.

문제는 여전히 구조가 분절적이라는 데 있다. 각 부처는 저마다의 전문성을 갖고 있고, 정책은 영역별로 나뉘어 설계된다. 성과 평가 역시 개별 사업 단위로 이뤄진다. 그 결과 정책은 수평적으로 연결되기보다 수직적으로 집행된다. 부처 간 협업은 선언적으로 강조되지만, 공동 책임과 공동 성과 지표는 제한적이다.

정치 환경 또한 영향을 미친다. 선거 주기에 따라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고, 전임 정부의 사업은 재검토 대상이 된다. 연속성보다 차별성이 강조되면서 장기 전략은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경험은 제도로 축적되기보다 사람과 정권의 교체와 함께 흩어진다.

결국 전문성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묶어내는 구조적 설계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된다.

 

 

통합 조직 학습 실패, 인센티브 구조, 그리고 현장과의 괴리

 

행정학에서는 이를 ‘조직 학습의 실패’로 설명한다. 정책의 기획–집행–평가가 하나의 순환 체계로 작동하지 않고 분절될 때, 경험은 기록되지만 학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실패 사례는 책임 논쟁으로 소비되고, 성공 사례는 홍보 자료로 남는다. 축적이 아닌 반복이 구조화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인센티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 공무원과 부처의 성과 평가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실험적 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크고, 실패는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혁신은 구호에 머물고, 기존 틀을 유지하는 선택이 합리적 전략이 된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은 통계와 보고서에 근거해 만들어지지만, 현장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변수로 움직인다. 지역의 문화, 인력의 숙련도, 이해관계자의 신뢰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장의 피드백이 정책 설계 단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생긴다.

전문가 개인의 관점도 중요하다. 학계와 산업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전문가가 공공 영역에 들어올 때,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는 뛰어나다. 그러나 국정은 조정과 타협의 기술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효율성, 형평성, 정치적 수용성,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분야의 ‘최적 해’가 전체의 ‘최적 해’가 아닐 수 있다. 이 조정 능력을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전문성은 오히려 충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결을 설계하지 못한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국정이 서툴게 보이는 이유는 결국 ‘연결 설계의 부재’에 있다. 개인의 전문성을 집단의 역량으로 전환하려면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정책 전 과정에 걸친 학습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기획–집행–평가가 분리된 단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실패를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자원으로 인식하는 문화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부처 간 협업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공동 예산과 공동 성과 지표를 도입하면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복합 문제를 단일 부처가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셋째, 현장과 중앙을 잇는 상시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시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회성 공청회로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넷째, 선거 주기를 넘어서는 장기 전략 영역을 설정해야 한다. 국가의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합의를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권은 교체될 수 있지만, 제도는 축적되어야 한다.

전문가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들을 연결하는 구조다. 연결 없는 전문성은 분절된 목소리에 그치지만, 연결된 전문성은 집단 지성이 된다.

 

 

 

전문성의 시대를 넘어, 연결의 시대로

 

우리는 종종 인물을 바꾸면 국정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화려한 이력은 국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국정의 진짜 역량은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그 경험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축적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인의 이력서가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영입했는가가 아니라, 그들의 경험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가.

전문성의 시대를 넘어, 연결의 시대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문장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서툰가.”

 

 

작성 2026.02.13 20:12 수정 2026.02.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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